하얀 방





시야의 한가운데에 작은 점이 찍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깊고 조용한 자리에 하얀 방은 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소음이 없는 정적과 고요의 사이에 하얀 방은 있다 협소하고 궁색한 모습의 낡고 하얀 방은 곳곳마다 자리한다 하얀 방의 의연하지 못함과 구태의연한 상징 하얀 방은 그러나 하얀 방은 있다 그림자들의 왕래가 없는 아주 비좁은 문틈과 언제나 닫혀있는 굳은 문 대신 의미를 가지지 못한 사방의 벽면으로 작고 검은 벌레가 날아든다 하얀 방의 하얀 천장 위에 작은 틈이 열린다 아주 눈앞에서 머리의 바로 위 시야의 한가운데에서 시작된다 불운 이전에는 늘 이형의 예고가 있다고 작고 통통한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작은 손을 가진 사람은 앞으로 다리를 펴고 앉는다 발끝과 자꾸만 두드리는 소리 작은 손을 가진 사람은 그림자를 가졌다 그림자로 존재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 눈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검은 점이 존재한다 입을 벌린 축소된 사람의 절망처럼 그리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사람 눈을 감았다 뜨면 눈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검은 점이 기어다닌다 그리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사람의 눈을 감았다 뜨면 눈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던 검은 점이 이어 날아다니기 시작할 때 작고 검은 벌레가 쏟아진다 작고 검은 벌레는 천장 위를 기어다닌다 사고방식이 말이야 작고 검은 벌레가 날개를 가졌던가 작고 검은 벌레가 하얀 방의 천장 위를 기어다닌다 하얀 방의 고요한 정적을 뚫고 이제 하얀 방은 땡볕 아래의 텅 빈 자리와 끝없이 공허한 벌판이 된다 작고 검은 벌레의 불규칙한 움직임이 패턴과 틀 위에서 불가산을 닮아갈수록 이제 누워있던 사람은 벌떡 일어나 자리에 앉는다 천장을 바라보며 눈앞에 있는 것은 환상일까 아주 멀리서 들리던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처럼 앞뒤로 울어대던 고양이의 목소리처럼 작고 검은 벌레의 동선이 천장에 그림을 그린다 천장 위에서 벌어지던 일들이 점점 눈앞으로 눈 앞으로 눈으로 귀로 뒷덜미로 털썩 하고 문득 하늘이 무너지고 천장 아래에도 비가 내린다 하얀 방의 고요한 정적이 사라진다 빨간 밤이다

빨간 밤이다 

빨간 밤이다 다리를 접어 추위를 견뎌내는 사람처럼 웅크릴 때 사방에서 비가 내린다 비는 그 자리에서 세상의 한가운데에 있는 하얀 방에서 하얀 방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머리 위로 내린다 그 사람의 머리 위에 천장이 입을 벌리고 있다 작은 벌레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미 속이 비워진 하얀 방과 의미가 무색해진 하얀 방에 대해 나와 방과 집과 세계가 일직선에 놓여 시간과 같이 순환하는 고리의 근처에 위치한다 사고방식이 말이야 말들과 그림자와 작고 검은 벌레와 비와 비와 총구와 안개 그리고 권력. 빗방울은 하얀 방에 작고 검은 벌레의 자리처럼 작은 점으로 도착한다 빗방울은 불가산의 파동을 만든다 불가산의 파동이 하얀 방 위에 찍힌다 견고한 평온의 틀 위에 잘 훈련된 패턴과 틀 위에 파동이 생긴다 웅크리고 앉아있는 사람의 굽은 등과 푹 숙인 뒷덜미의 위로 작고 검은 벌레가 떠다닌다 떠다니던 작고 검은 벌레의 날개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 있다 작고 검은 벌레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의 머리카락에 숨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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