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등 뒤와 상실에 대해





나는 안개가 덮여있는 밤의 도시를 떠올린다 도시의 한가운데를 위태롭게 가르는 다리 위에 안개에 의해 눈이 가려진 밤길을 걷는 사람이 있었다 안개는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찾아든다 서서히 찾아와 그곳에 자리잡으면 눈을 가리지 않더라도 사람의 파편 한 조각은 마비가 된다 안개가 가득한 밤의 도시에서는 앞을 볼 수 없다 아주 어둡고 다리의 건너편에 그곳에 무엇이 있다는 사실이 불분명한 매개 속에서만 분명해진다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말라고 해가 기움에 따라 자꾸만 길어졌다 줄어드는 그림자들은 칸칸이 명백히 구분된 공간을 기하학적 동선으로 휘젓고 다니며 말했다 다시 불분명함의 권력 공의 권력 관념과 부재의 권력 밤마다 비는 손가락과 다리 위를 걷고 있는 사람은 고개를 들어 아치형 장식물의 꼭대기를 바라본다 그곳에서 불타고 있는 사람 안개로 가득차 텅 빈 것 같은 한없이 어둡고 먼 공간에 대해 다리를 건너고 있는 사람을 두고 저만치 앞서간 사람이 쥐고 달아난 것 그 사람을 가져간 것 먼 뒤에서 바라보고 서있다 가질 수 없었다고 불분명한 매개로 되뇌이는 사람에게 그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보다 이 다리 위와 저 편의 부재가 더 웠다고 이제서야 다리 아래의 시커먼 물소리가 들릴 때 비는 다시 내린다. 

길게 난 복도의 양옆에 임의로 의미를 지워버린 칸들이 서있다 낮게 해가 드는 오후 기운 그림자가 붉은 볕과 함께 건물 깊은 곳까지 들었다 타들어가는 듯한 습기의 냄새가 나던 그 끝을 달려가 좁은 공간에 숨어들어 타일을 세던 때 세상 모든 것들의 숫자를 세던 때 따라붙었던 말들이 오래 따라다녔다 아침이 올 때마다 나이테처럼 껍질이 늘어 자꾸만 속을 가르는 선이 생겼다 나를 따라다니던 말들에게 덧붙일 수 없었던 말들을 나 자신에게도 전할 수 없을 때에도 을 가르는 선은 생긴다 선이 생길 때마다 선이 생긴다 라는 말은 얄궂게도 상실을 빗겨나간다 선이 생긴다 라는 말을 손끝으로 다시 입 안에 쑤셔넣는다 선이 생길 때마다 다리가 툭 끊기는 이미지가 점멸한다 점멸과 점멸의 점멸하는 이미지와 점멸하는 이미지 간의 관계 툭 끊기는 생략된 언어가 내포한 불분명한 이미지는 이내 와르르 무너지는 와 차곡차곡 주변을 잠식하고 내가 서있는 바로 발의 아래에까지 번지는 와 불쑥 하늘은 쉽게 무너지는군 존재유무가 분명하지 않은 다리 위의 존재한적 없는 사람의 존재하지 않는 기억 속을 헤집고 농담같이 귓가에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인간에 대한 어떤 묘사와 함께 떠올리는 것이다 불분명함의 권력 공의 권력 관념과 부재의 권력 그리고

안개의 등 뒤와 상실에 대해

손끝이 저리다 손을 움직인다 손을 움직인다 라고 생각을 할 때에 손이 움직이기 전에 생각을 하는 것 나는 지금 손을 움직인다 라고 생각을 한다고 손을 움직인다 라는 생각이 완성된 뒤에 손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난간에 선다 난간에 선다 라고 생각을 할 때에 난간에 서기 전에 생각을 하는 것 나는 지금 난간에 선다 라고 생각을 한다고 난간에 선다 라는 생각이 완성된 뒤에 난간에 선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안개 뒤로 사라져버렸을 때 난간에 선다는 것과 난간에 선다는 생각과 난간에 선다는 생각을 인지하는 일은 다시 걷고 눈을 깜빡이고 숨을 쉬는 일로 옮겨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나로부터 한 걸음을 뒤로 물러선 사람들의 사이에 내가 서있다는 생략된 언어가 내포한 불분명한 이미지가 사고의 사이를 비집고 잠깐 점멸한다 는 를 검열하고 에게서 부정당한 가 에게서 배제될 때 꼭대기에서 불타고 있는 사람과 그럼에도 안개 건너편에 닿고자 자꾸만 발을 옮기는 사람 안개에 휩싸인 거리를 걷는 사람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안개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과 어느새 피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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