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고




그건 그렇고 

밖에는 하염없이 비를 맞고 서있는 여자 잿빛 먼지 안경 유리 여자는 꼼짝없이 비를 맞고 있다 빗발은 허물어질 듯이 여자의 위로 쏟아진다 여자는 표정도 없이 비를 맞는다 점점이 튀어있는 비 낱개의 빗방울이 여자의 안경에 찍혔다 오래 제자리에 있던 커피잔의 바닥에서 검은 잉크가 튀었다 확산하는 물질 담배 연기 입김 낮게 울리는 목소리 낮게 울리는 목소리 젖은 옷 사이로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저 여자 말을 하고 있잖아 재수없게 무표정한 얼굴 여럿이 빗겨져 쌓여있다 빼곡한 표정의 획일적인 입모양과 눈 코 빼곡한 귀 확산하는 입들이 자꾸만 움직였다 위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눈에 비를 맞고 서있는 여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어둠은 가시지 않은 채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형광등 불빛만이 인조의 그것만이 천장 위에서 빛날 때 밤이 오지 않는 밤들과 낮이 오지 않는 낮들의 한가운데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 관조하는 목소리와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입들은 같다 여전히 비를 맞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창밖을 바라보며 또왔어 라고 말을 할 때 그 사이에 있는 유리창의 단면에는 인조의 빛이 그 사이에 있는 유리창의 단면에는 이제 시작된 어둠이 있었다 아직은 마른 하늘에서 그들의 게임은 시작된다. 

여자가 빗속을 뚫고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모두 놀라 쳐다봤다 왜 우산도 없이 우산이 없기에 밖에는 비가 오나 봐요 밖에 비가 오기에 말의 끝을 기워 붙여 여자는 말을 한다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닦아내며 젖은 옷에서 비가 하염도 없이 쏟아져 내렸다 쌓여있는 서류더미에서 받아든 종이가 젖었다 종이와 잉크의 냄새가 퍼져 온몸을 타고 흐르는 방 텅 비어버릴 텅 비어버릴 허공의 방 날아다니는 먼지들 사이로 공기가 사라졌다 호흡의 가치와 의미 인간의 폐가 공기를 들이마실 때 팽창과 팽윤의 법칙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는 여자와 죄송할 껀 또 뭐야 비와는 거꾸로 내리는 여자의 표정이 팽창과 팽윤의 법칙 인조의 방안을 가득 채운 종이 와 잉크의 냄새에 절여진 표정들이 끝을 올리며 무언가 말을 할 때 여자가 바라보고 있던 얇은 창 안으로 시작된 어둠을 통해 날아든 것 모두의 등 뒤에 서 있던 것 다 젖어버렸네요 그거 괜찮아요 종이 위엔 쓸모를 잃은 숫자들이 젖어 일그러져 그것의 가치와 어차피 필요 없었는데요 등 뒤에서 재수없게 귓가에 말을 하고 있던 것 등 뒤에서 후두부를 통해 입을 통해 혀와 치열 사이로 검고 작은 벌레

창밖의 여자는 여전히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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